1. “의대 수석, 의사면허 박탈, 그리고 쉐도우닥터” — 시작부터 남다른 설정의 몰입감
2025년 3월 19일, ENA에서 첫 방송된 드라마 〈하이퍼나이프〉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천재이지만 위태로운, 의사이지만 살인자인 주인공 정세옥(박은빈).
그녀는 17세에 의대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스승이자 존경하던 인물인 최덕희(설경구) 교수에 의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
그리고 수년 후, 약사라는 표면 아래 ‘불법 수술’을 집도하는 쉐도우 닥터로 살아가는 세옥.
〈하이퍼나이프〉는 이 비현실적이고도 섬뜩한 설정 속에서,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생명을 어디까지 존중하고 있는가.”
2. “박은빈의 새로운 얼굴” — 차갑고 집요한, 생명 앞의 광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따뜻한 이미지가 강했던 박은빈은 이 작품에서 완전히 변신했다.
정세옥은 수술이 잡히면 반색할 정도로 뇌와 메스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환자를 살리지만, 감정은 없다.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죽음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을 지닌 캐릭터를 박은빈은 놀랍도록 매끄럽게 소화한다.
그녀의 눈빛은 “살리고 싶다”가 아니라 “도전하고 싶다”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섬뜩한 욕망이, 역설적으로 시청자에게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3. “스승과 제자, 애증과 복수” — 설경구와의 불편한 재회
세옥의 인생을 망가뜨린 장본인, 최덕희 교수(설경구).
하지만 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그 역시 천재였고, 세옥을 가장 아꼈던 스승이었다.
드라마는 이 둘의 관계를 선과 악의 대결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두 사람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에서 비롯된 비극을 조명한다.
“나는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럼 왜 날 망가뜨렸어요?”
이 단순한 대화에 담긴 무게는, 그 어떤 의학 장면보다 깊고 서늘하다.
4. “수술 장면조차 감정 드라마” — 의학 드라마 이상의 몰입감
이 드라마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실성도 강하지만, 그보다 인물 간 심리 묘사와 감정선에 더 집중한다.
세옥은 메스를 들고 있지만, 그녀의 진짜 무기는 ‘분노’다.
덕희는 시스템의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한 과거에 발목 잡힌다.
특히 6화에서 세옥이 ‘죽이고 싶었던 환자’를 살리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아이러니와 주제를 압축해 보여주는 명장면.
살리는 게 옳은 일일까, 죽이지 않는 게 인간일까, 아니면…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행위일까?
5.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박은빈, 설경구 배우의 내면 연기를 좋아하는 분
▷ 단순한 의학 드라마가 아닌 ‘감정 심리극’을 원하는 분
▷ 인간의 이중성과 도덕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분
▷ 강한 몰입감과 다층적 캐릭터 구성이 있는 드라마를 찾는 분
6. 총평 — “칼보다 더 날카로운 건, 인간의 감정이다”
〈하이퍼나이프〉는 단순한 서스펜스도, 평범한 복수극도 아니다.
메스를 들고 있는 사람은 의사지만, 그 칼날이 향하는 곳은 마음이다.
정세옥과 최덕희, 두 사람의 감정은 ‘치유’가 아니라 ‘해부’ 대상처럼 놓인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를 응원할 수 없게 된다.
✔️ 매력 포인트
- 박은빈의 감정선 변화와 설경구의 묵직한 무게감
- 쉐도우닥터라는 파격적 설정 속 감정 중심 전개
- 생명, 죄, 복수, 욕망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대사들
- 의학드라마의 틀을 깨는 심리 드라마적 연출
결론:
〈하이퍼나이프〉는 우리에게 묻는다.
“정상은 누가 정하는가?”
“생명을 구하는 것이 항상 선인가?”
그리고 “증오 속에서도 사랑은 남을 수 있을까?”
마지막 회를 본 후에도, 그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이 드라마가 남기는 진짜 상처이자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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